지난 9월 25일과 26일,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Universidad de Buenos Aires, 이하 UBA) 사회과학대학에서 제11회 ‘라틴아메리카 한국학 학술대회(이하 EECAL)’가 개최됐다. 이번 학회는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60년: 세계화 시대 속 정체성의 변화’라는 주제로 Gino Germani 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AKS), 주아 대한민국 대사관, 재아르헨티나 한인 상인연합회(이하 CAEMCA)가 후원했고 아르헨티나 한국학회(AAEC)가 협력했다.2003년 첫 학회를 아르헨티나 UBA에서 개최한 이후, 멕시코,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데, 올해는 22년 만에 다시 UBA에서 개최됐다. 특별히 이번 학회는 라틴아메리카 관점에서 한국 관련 학문적 지식을 심화하는 계기뿐만 아니라 2025년인 올해,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 60주년을 기념하며, 한인 동포 이민사와 정체성 변화, 사회적 통합, 세계화·기술 발전·문화 교류 속 다양한 역동성을 논의했다.또한 한류(Hallyu), 한국의 경제·기술 발전, 사회 변화 과정, 정치 체제와 더불어 한국과 국제 관계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박한준 CAEMCA 회장은 “한국의 국력이 커지면서 중남미에서도 우리 동포들이 커나가는 걸 느낄 수 있으며, 한국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퍼져나감으로써 한국에 대한 인식과 한국의 경제 발전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번 학회를 계획 진행한 이진경 CAEMCA 실장은 “ 이번에는 한반도 논의를 아르헨티나 한인 이민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어, 특히 아르헨티나 및 라틴아메리카 내 한국인의 이주와 정착을 중심으로 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한국 등에서 온 45명 이상의 한국학 학자들과 전문가가 참여했으며, 11개의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습니다.”라고 소개했다. 25일, UBA 사회과학대학 강당에서 열린 개회식을 시작으로, 이틀에 걸쳐 이민 정책, 한류와 그 영향, 한반도 관점에서 바라보기, 정치, 민주주의와 국제 협상 그리고 한국의 국제관계와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특별히 한인 동포 2세 조 가브리엘라는 현지에서 부는 K-드라마를 통해 부상되고 있는 ‘Oppa(오빠) 그리고 한국’이라는 주제를 가져와 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녀는 “한류 때문에 현지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요즘, SNS, 언론을 통해 보이는 한국 이미지에만 국한된 점에 대해, K-POP 뿐만 아니라 한국의 사회, 경제, 문화를 더 알리고 싶어서 SNS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또한 수십 년간 학회를 주도해 오며, 현 UBA 사회과학 대학, 대학원의 부학장인 카롤리나 메라 교수는 2004년에 설립된 ‘아르헨티나 한국학회(AAEEC)’의 창단 핵심 멤버로, 현재 메라 교수의 제자들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엘살바도르, 코르도바, 라플라타, 투쿠만, 로사리오 대학의 한국학의 주요 인사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1990년 석사 논문으로 아르헨티나의 한인 이민사에 대해 다뤘다.그 일을 계기로 한인 사회에 문을 두드렸고, 무사히 논문을 끝낼 수 있었다, 그 후 1997년 1년간 서울 대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학, 문화, 정치 사회를 두루 연구했다.한국에서의 연구 기회는 그녀의 관심을 아르헨티나 내 한인 이민 사회에서 한국으로 확장했다. 한국에서 귀국 후 그녀의 첫 번째 행보는 UBA의 사회과학대 내에 과목으로 한국의 정치,사회 그리고 문화를 가르칠 수 있는 강의를 열었다.많은 학생의 관심에 힘입어 한국학 강의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한국에 대한 학술 연구팀이 꾸려졌다. UBA에서의 메라 교수의 한국학에 대한 포문은 그 후 그녀의 제자 중 한국학 박사들도 다수 배출했고, 아르헨티나 타 대학교에도 학술 교류를 통해 한국학을 전파해, 현재는 한국학이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시의 대학뿐 아니라 북쪽 지방인 뚜꾸만 대학에서도, 중남부 지역인 코르도바 대학에서도 그리고 라플라타, 로사리오 대학에서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렇게 아르헨티나의 한국학회는 라틴아메리카 지역으로 퍼져 나갔고 2003년부터 라틴아메리카 한국학 학술대회가 시작된 것이다. 메라 교수는 “예전에는 스페인어로 된 한국학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었습니다. 영어나 프랑스어로는 있었습니다. 이제는 여기 학회에 모인 경제, 사회,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국과 라틴아메리카의 대해 스페인어로 된 자료들을 생성해 냅니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이러한 스페인어 자료들이 대학교에 제공돼 학생들이 스페인어로, 라틴아메리카의 관점을 담아, 한국을 조명할 수 있습니다.”또한 “저는 사회학을 전공한 후, 프랑스로 석시,박사를 공부하러 갈 예정이었습니다. 석사 논문 주제를 고심하고 있던 당시, 1985-90년에 아르헨티나에 많은 한인 이민자가 몰려왔습니다. 의류 도매상가 지역인 온세(Once)에 이들은 정착했습니다. 지역 상권에 한인들이 대거 출몰하자 많은 이들이 그리고 언론들도 한인들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사회학자로서 한인들과의 문화적인 측면에서 대화는 어떠할까 하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라고 그녀의 한국에 대한 첫 단추를 알려주었다. 한국학을 접하면서 삶이 바뀌었다고까지 말하는 메라 교수는 한국 음식과 관습을 받아들여 살아가고 있다며, 일상에서도,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생활한다고 전했다. 보편적으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신발을 신고 집안에서도 생활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한국은 수천 년의 문화뿐 아니라 경제적, 정치적,사회적 면에서도 라틴아메리카가 살펴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관심있어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학회에서 만난 마티아스 렉, 밀레나 카세롤라 출판사 대표는 ’Kim Yoon Shin, Conversación en madera’(김윤신, 나무를 통한 대화)라는 책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는 “1991년부터 30년간 친분을 이어온 메라 교수와 김윤신 작가의 만남을 통해, 대화하면서 김 작가의 삶을 더 나아가서는 한국의 한 시대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책입니다.”라고 또 “40년간의 김 작가의 아르헨티나의 삶이 께브라쵸(Quebracho)라는 나무를 통해, 한국과 아르헨티나 양국의 교량이 됩니다.”라고 전했다. 김 작가의 90세 생일에 맞춰 책의 한국어 번역본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바람도 알려줬다. 책의 주인공인 김윤신 작가는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아르헨티나에서 40년 이상 활동하며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아르헨티나산 나무 께브라쵸와 알가로보를 사용했고, 최근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고 세계적인 화랑과 계약하는 등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이틀간의 학회를 마친 후, 박한준 CAEMCA 회장의 초대로 한국학 학자들은 온세 지역에 ‘비원’ 식당에서 한식을 즐기며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한국에 대한 관심이 지극한 한국학 학자들답게 한식을 대하는 이들의 모습도 색달랐다. 불고기는 물론, 김치도 맛나게 먹었으며, 소주 또한 이들에게는 친숙했다. 중남미 한국학학술 대회는 2년마다 진행되며, 다음 학술대회는 멕시코에서 개최된다.
아르헨티나 정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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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