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한글학교에서 11월 15일 토요일, ‘독도의 날(10월 25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올해 행사는 주벨기에대한민국대사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영사가 현장을 찾아 아이들을 격려하며 따뜻한 인사를 전해 의미를 더했다. 한글학교는 올해 독도 교육을 특히 중요하게 준비했는데, 해외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이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돕겠다는 취지가 있었다. 준비 과정에서 교사들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아이들에게 독도를 어떻게 설명하면 흥미롭게 받아들일까”, “연령대별로 어떤 활동이 가장 적합할까”를 고민하며 프로그램의 방향을 세심하게 다듬었다.
벨기에 한글학교 독도의 날 행사사진
행사는 안지연 교장의 인사말로 조용히 시작됐다. 교장은 “멀리 벨기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한국의 역사와 영토를 배우는 경험은 스스로의 뿌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자리에서 경청하던 아이들 중 한 학생은 “독도에 사람이 사는지 궁금해요”라며 이미 발표가 시작되기 전부터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다문화 3반 학생들의 ‘홀로 아리랑’ 합창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어린 목소리들이지만 선율은 담백하고 안정적이었다. 아이들은 처음엔 긴장한 듯 조용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주고받았다. 교사들은 “생각보다 아이들이 너무 잘하네요”라며 흐뭇해하는 모습이었다.
벨기에 한글학교 독도의 날 행사사진
본격적인 독도 강의는 다문화반 김주은 교사가 맡았다. 김 교사는 독도의 위치, 생태, 역사적 의미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냈다. 사진과 영상 자료, 쉬운 지리 설명, 독도를 둘러싼 과학적·문화적 요소들을 종합해 소개하자 아이들은 점점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어떤 학생은 “독도에도 해양동물이 이렇게 많아요?”라고 묻자 옆 친구가 “나도 처음 알았어!”라며 놀라워했다. 강의는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아이들의 질문과 반응이 뒤섞인 활기 있는 수업이었다.
강의 후 진행된 O·X 퀴즈는 이날 가장 큰 열기를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문제마다 머리 위로 크게 O 또는 X 모양을 만들어 정답을 표현했다. 정답이 공개될 때마다 여기저기서 “맞았다!”, “어? 이게 X야?”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독도에 대해 처음 접하는 학생조차 퀴즈를 통해 자연스럽게 내용을 받아들이며 흥미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김주은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비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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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함께 부른 ‘독도는 우리 땅’ 합창에서는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처음에는 조용하게 따라 읽던 학생들도 후렴이 반복되자 목소리를 점점 키웠고, 어느 순간 교실 전체가 하나의 합창단처럼 움직였다. 작은 교실에 울려 퍼진 힘찬 노랫소리는 해외에서 열리는 행사라는 사실을 잊게 할 만큼 따뜻했다.
학년별 프로그램도 세심하게 구성되었다. 유치부와 초등 저학년은 독도의 모양을 퍼즐로 맞추며 동도와 서도의 위치를 자연스럽게 익혔다. 어떤 아이는 퍼즐 조각을 들고 “여기가 동도 같은데?”라며 친구의 확인을 기다렸고, 다른 아이는 “바다 색이 예쁘다”며 색깔의 차이를 이야기했다. 초등 고학년과 중등반은 독도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그려낸 독도는 저마다의 시선이 담겨 있었고, 어떤 학생은 독도 지킴이를 영웅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작품을 바라보던 한 교사는 “아이들이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독도를 해석하는구나”라며 감탄했다.
벨기에 한글학교 독도의 날 행사사진
행사의 마지막은 독도 이미지를 담아 특별 제작한 기념 수건 전달이었다. 학교가 이번 기념품에 공을 들인 이유는, 아이들에게 오래 기억될 수 있는 상징적인 선물을 주자는 교사들의 의견 때문이었다. 어떤 이미지를 넣을지, 어떤 색감이 좋을지 여러 차례 논의한 끝에 완성된 수건이었다. 아이들은 수건을 받자마자 “진짜 예쁘다”, “독도 모양이야!” 하고 얼굴을 환하게 밝혔다.
벨기에 한글학교 독도의 날 행사사진
학부모들은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했지만, 행사 후 단체 채팅방에 공유된 사진과 영상을 통해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사진 속에서 O·X 퀴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퍼즐을 맞추는 아이들의 표정을 본 부모들은 “이런 의미 있는 교육을 준비해 주셔서 감사하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독도 이야기를 하더라”, “벨기에에서 독도 교육을 한다니 감동적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벨기에 한글학교 독도의 날 행사사진
벨기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이며,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복수의 정체성을 품게 된다. 그렇기에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경험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묻고 정체성을 정립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독도 교육은 작은 영토의 이야기를 넘어, 해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한국을 기억하는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아이들의 관심은 이어졌다. 며칠 후 도서관에서 독도 관련 책을 찾아보는 학생이 있었고, 어떤 학생은 집에서 부모에게 “독도에 진짜 사람이 살아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한다. 교사들은 “내년에는 더 심화된 독도 프로그램을 준비해보고 싶다”고 밝히며 이번 행사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된 독도 이야기였지만, 이날 아이들이 배운 것은 영토를 넘어 ‘정체성’이라는 더 큰 가치였을지 모른다. 벨기에에서 울려 퍼진 아이들의 목소리는 독도를 향한 울림이자, 한국을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하나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