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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터디코리안 통신원들이 전하는 최신 소식입니다.
거주국의 한글학교, 재외동포 관련 교육정책 변화 및 현황 등에 관한
칼럼 형식의 콘텐츠를(사진, 동영상 등) 제공합니다.

작성자 [미국] 백하영   조회수 210
제목 목숨 걸고 지켜온 한글, 가르치는 것은 우리의 책임 - 김혜정 선생님

세계 각국 곳곳의 이민 사회를 보면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인연과 만남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인을 만나면 원래 알던 사이처럼 금세 관계가 생기고 서로의 어려움을 돕기도 합니다. 40년 전 이민 오신 한 어르신은 지나가다가 임신한 한국인을 만나면 안타까움과 반가움에 주소를 받아 미역국을 만들어 가져다주기도 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 한국인들의 정과 끈끈함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 사랑과 더불어 모국어와 문화를 중요시하는 것도 그 어느 나라보다 열심입니다. 저희 이웃 중에 인도네시아에서 이민을 온 가족이 있는데 너무나도 신기하게 생각하며 제게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한국 사람인데 집에서 배우면 되지, 아이들이 왜 한글학교에 다녀요?" 그런 단체는 처음 본다고 굉장히 한국인이 특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당황했지만 저는 "모여서 배우면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잖아요. 그리고 한글학교는 한글만 배우는 곳이 아니라 한식과 전통음악 등 문화를 익히고 한국인과 정기적으로 교제하면서 자신의 모국을 배우고 잊지 않게 하는 단체"라고 소개해주었습니다. 그 답변에 인도네시아 여성은 한국은 참 대단하고 강한 나라라며 칭찬을 해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저도 딸을 한국학교에 보내며 이전엔 없었던 한국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 또 선생님들을 향한 감사한 마음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오랜 시간 한 곳에서 사랑과 정성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며 가르쳐오신 한 선생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한글학교 교사로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근속 10주년 영광에 빛나는 포트워스 한국학교 김혜정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김혜정 선생님,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오고 계시죠? 언제부터 아이들을 가르쳤나요?

반갑습니다! 저는 2013년 가을학기에 포트워스 한글학교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막 3살이 된 큰아이 손을 잡고 저는 교사로, 딸은 제일 어린반 학생으로 한글학교 생활을 시작했어요.


Q.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많은 시간이 기억에 남으실 텐데요. 가장 기쁜 순간은 언제였을까요?

수업 시간에 반응하며 대답하는 아이들을 볼 때, 학급의 친구가 한국어 낱말을 몰라 영어로 이야기하면 정확한 한국어를 찾아주는 아이들의 실력을 마주할 때, 종강 때마다 정성껏 한국어를 쓴 손 편지로 감사를 표현하는 아이들을 볼 때, 또 5학년 때 한글학교에 처음 와서 어린반 아이들과 자음/모음을 학습한 친구가 6년이 지난 지금은 가장 고급반 학생으로 저희 반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제 가슴이 벅찰 수 밖에요.


[포트워스 한국학교 아이들과 함께]


Q. 참 따뜻하고 다정한 선생님 같으세요. 뿌듯한 기억들도 많지만 어려운 점도 있으시겠죠?

아이들의 수준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최대한 진단평가를 통해 수준을 맞추지만 한계가 많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잘하는 아이들도 손해를 보지 않고 못 하는 아이들도 흥미를 잃지 않고 끌고 갈 수 있을지 학기마다 고심하고 있어요.


Q. 지금까지 잊지 못할 학생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개강 후 첫 시간에는 보통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김밥을 좋아한다는 제 고백에 한 아이가 엄마를 졸라 김밥을 싸 들고 우리집에 깜짝 방문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의 놀라움과 감격을 거의 9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Q. 선생님께 두 아이가 있다고 들었어요. 집에서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집에서는 철저하게 한국어를 사용합니다. 중학생인 큰딸은 미국에서 pre-k(유치원 전 단계)부터 계속 일반학교에 다녔지만 아직도 한글책을 읽고 한글로 글을 쓰는 것이 더 편하다고 해요. 가끔 교과목 관련해서 모르는 한국어 낱말은 제게 꼭 확인하거나 국어사전을 찾아 학습합니다. 다섯 살이 된 둘째는 한글학교를 너무 좋아하지만, 자음모음을 공부하는 것 보다는 한국의 가곡이나 동요 배우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합니다. 노래를 통한 학습도 참 좋은 것 같아요.


[문화 체험반 수업하는 김혜정 선생님]


[10년 장기근속 김혜정 선생님]


Q.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어려운 점, 극복해 나가는 부분이 있다면?

문화가 많이 다르다 보니 신경 쓰지 않으면 문제 되는 것도 그냥 지나치겠더라고요. 둘째 아이가 미국학교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즐거워 엉덩이춤을 춘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굉장히 잘못된 행동으로 편지를 보내셔서 처음에는 그 반응이 이해가 안 됐는데 주변에 조언을 구하니까 납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 겪게 되는 인종적인 갈등이나 차별이 있어서 끊임없이 묻고 듣고 함께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Q. 선생님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

부모는 자녀의 거울입니다. 이 명제는 제가 자녀를 양육하고 많은 아이를 가르칠수록 더욱더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자녀를 양육할 때 저희 부부는 정직하려고 노력하고 타인을 배려하려고 애쓰며 온유하기를 순간순간 다짐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네요.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고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른 인성과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아이들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Q. 선생님께서는 국어 전문가시잖아요. 아이들에게 한글과 한국에 대해 가르칠 때 선생님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 같아요.

수업 시간뿐 아니라 인사를 하고 안부 한마디를 묻더라도 저는 바른 언어와 분명한 발음으로 이야기하려고 노력합니다. 듣는 것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한 번 두 번 반복해서 들을수록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언어가 될 것이고 바른 지식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맞춤법이나 문법 등이 바르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정정해 줍니다. 사실 이건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지금 고쳐서 앞으로 바르게 사용하자!"는 생각입니다.


Q.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현재 한글학교에 조금 더 추가하고 싶은 교육 분야나 프로그램이 있다면?

아이들의 일상은 충분히 바쁩니다. 고학년일수록 더 그렇죠. 그러다 보니 한글학교에 오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부모의 강요로 오는 아이들도 있고 왜 굳이 한글을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 친구들도 있어요. 저희 교사들이 때때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과 이중언어 구사의 유익을 이야기하지만, 그리 크게 와 닿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어떤 또 다른 배움이나 교육이라기보다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나 목적의식이 먼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선배들의 간담회나 격려사(행사나 개강, 종강식 때)가 있으면 더 실질적으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왼쪽 - 김혜정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모습, 오른쪽 - 김혜정 선생님의 두 자녀]


Q.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어를 배우고자 한글학교를 오는 외국인들의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류의 영향도 있지만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으로 살아가더라도 우리의 뿌리는 한국인입니다. 그리고 100여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이 일제의 탄압으로부터 목숨을 걸고 지켜온 문자와 언어가 있습니다. 그 문자와 언어를 잘 사용하고 지켜 대한민국의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한국인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한국학교와 한국어 교육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느껴져 참 좋았습니다. 살다 보면 아이들의 일상이나 눈앞에 주어진 것들을 하느라 모국에 대한 관심도 때로는 언어조차도 불필요하게 여겨질 때가 있는데요. 오늘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번 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부모들의 올바른 태도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한국학교의 모든 선생님과 부모님 그리고 학생들이 김혜정 선생님과 같은 마음을 갖는다면 참 능력 있고 아름다운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또한 꼭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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