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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미국/유타학생기자단] SungChristina | 조회수 | 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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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의 친구, Monte 할아버지 | ||
나는 Wellington 요양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음악연주를 들려 드리기 위해 다시 찾았다. 방 안에는 기다림과 반가움이 가득 찬 것 같았다. 나는 큰 피아노 대회를 잘 마치고 와서 가볍고 반가운 마음으로 연주를 했다. 한 곡 한 곡 칠 때마다 나는 언제나 곡들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하고 ‘아 건강하게 지내셨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1년 반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연주를 들으러 오셨던 Monte 할아버지가 이번엔 안 계셔서 조금 서운했다. ‘늦게 점심을 드시고 계시나? 가족들이 찾아와서 못오시는 걸까?’ 1시간 정도 연주가 끝날 때까지 결국 안 오셔서 나는 많이 서운했다. 왜냐하면 오늘은 특히 Monte 할아버지를 위해서 작곡가 그리그의 콘체르토도 연주했기 때문이었다.
Monte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1년 반 전에 요양원에서 음악봉사를 시작할 때였다. 내 연주가 끝나고 할아버지는 휠체어를 밀고 나에게 오셔서 할아버지는 음악 선생님이었는데 어릴때부터 피아노를 치셨고 내가 친 곡을 비슷한 나이에 연주했다고 너무 좋아하셨다. 몇 주 뒤에는 아주아주 오래된 악보들을 휠체어 바구니에 담아 오셔서 보여주시고, 필요하면 가져도 된다고 하셨다. 거의 70년 된 소중한 악보들을 내게 주고 싶었던 할아버지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루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곡이 있는데 연습해서 다음에 오면 나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연습을 해도 손이 잘 안 움직일 수 있다고 걱정하기도 하셨다. 나는 Monte 할아버지가 연습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너무 기뻤다. 그리고 다음에 갔을 때 내 연주가 끝나고 할아버지는 약속대로 짧은 곡이었지만 피아노를 쳐주셨다.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도 같이 계셨는데 모두 박수를 쳐드렸다. 할아버지는 어렸을 때 생각이 난 것 같았다. 여러가지 이야기도 해주시고 좋아하셔서 나도 정말 기뻤다. Monte 할아버지와 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연주를 마치면 항상 음악에 대해서, 작곡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Monte 할아버지는 요양원 달력에 내가 오는 날을 언제나 확인하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고 하셨다. 나는 자주 할아버지가 특별히 좋아하는 곡을 연주해 드리곤 했다.
얼마 전, 피아노 대회가 끝내고 기쁜 마음으로 다시 요양원에 간 날, 연주를 다 마치고 나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께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때 언제나 친절한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나에게 오셔서 “너의 친구, Monte가 지난 주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단다” 하며 눈물을 흘리셨다.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저번 달에도 만나서 함께 이야기 하고, 대회 잘 하고 오라고 하셨는데. 그리고 내 연주가 너무 마음에 드시면 힘들어도 의자에서 일어나 ‘브라보! 브라보!’ 하시며 오랫동안 박수를 쳐 주기도 하셨는데. 나는 정말 슬펐다. 집에 돌아와서도 오랫동안 계속 계속 Monte 할아버지 생각이 났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안 계신 요양원에 가면 너무 슬플 것 같았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 후에 나는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께 들려 드리려고 요양원에서 연주했던 그리그의 콘체르토를 오케스트라와 연주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좋아하셨던 그 곡을 치면서 나는 Monte 할아버지 생각이 계속 났다. 그리고 마치 할아버지께 들려 드리는 마음으로 정말 있는 힘을 다해 그 곡을 쳤다. 나에게 아주아주 특별한 연주였다.
큰 대회를 마치고 돌아오면 할아버지께 들려드리기로 약속한 리스트의 곡이 있었다. 나는 앞으로 그 곡을 칠 때마다 언제나 나의 연주를 좋아해주시고 격려해주셨던 나의 친구 Monte 할아버지 생각이 날 것 같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싶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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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e할아버지.p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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